시간의 침묵하는 폭정: 철학자들이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유
"시간은 흘러간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 명제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시계는 똑딱거리고, 해는 뜨고 지고, 달력은 한 장 한 장 찢겨 나간다.
하지만 진짜로, 진짜로 시간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플라톤은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간은 영원의 움직이는 형상이다."
플라톤에게 영원(Eternity) 은 변하지 않는 완벽한 세계였다.
그에 비해 시간(Time) 은 완전함을 닮으려 애쓰는 미완성의 복제품이었다.
우리가 보는 이 세계는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고,
시간이란 그 그림자 위에 드리운 흐릿한 빛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짜를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영원의 모방 속을 부유하고 있는 걸까?
플라톤은 질문을 던진다.
"네가 보는 그 모든 것은 환영에 불과할지도 몰라."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고백했다.
"시간이 무엇인지 묻지 않으면 나는 안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무심코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아우구스티누스는 그 순간조차 '진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남는 건 오직 '현재'인데,
그 현재마저도 포착하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결국,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듯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역설(paradox) 그 자체인 것이다.
하이데거는 시간에 대해 한술 더 떴다.
"존재란 시간 속에 있다. 존재는 시간이다."
하이데거에게 있어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게 아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 안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나'라는 존재조차 시간이 없으면 설명할 수 없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 존재.
그 과정 속에서만 비로소 우리는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
죽음을 자각하는 것.
시간을 느끼는 것.
그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
우리는 시간을 흘러가는 것으로만 배웠다.
하지만 진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끌고 가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학교의 종이 울리고, 회사의 마감일이 다가오고,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끈다.
이 모든 의식은 우리에게 하나의 진실을 속삭인다.
"시간은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시간은 무엇인가?
플라톤이 본 시간은 환영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본 시간은 설명할 수 없는 신비였다.
하이데거가 본 시간은 존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시간은,
사라지고 변하고 소멸하는 숨결이다.
모든 것은 무너지고, 흐르고, 다시 태어난다.
시간 속에서.
시간 안에서.
시간 그 자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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